top of page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고 가게를 오픈한 뒤 카운터에 앉아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딸랑, 하고 방울이 경쾌한 소리를 내면 쿠로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님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너무나도 익숙한 첫 번째 손님. 큰 키와 깡마른 몸, 새하얀 피부를 가진 그 남자는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었다.

“오늘은 머리 삐친 방향이 좀 다르네요.”

 

“이런 것도 알아채요? 대단하시네, 소설가 형씨.”

 

“직업병이라서요.”

“누구 쳐다보는 게요?”

 

“아뇨, 사람 관찰하는 거요.”

 

 

 

 츠키시마는 딱 잘라 말하고는 남은 케이크를 마저 먹었다. 순식간에 깨끗해진 접시를 보면서 포크를 물었다.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 뾰족한 포크만 괜히 쪽쪽 빨았다.

 

 

“그럼 사람 좋아하시겠네.”

 

“관찰하는 게 좋을 뿐 사람 자체는 별로.”

 

 

 정 없어 보이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까는 츠키시마의 긴 속눈썹에 감탄을 하는 쿠로오였다. 예쁘다고 칭찬하면 질색하려나.

 

 

 

“글 쓰는 직업이면 사람들 얘기 쓰는 거 아니에요?”

 

“그렇긴 하죠.”

 

“의외네요.”

 

“뭐가요?”

 

“그냥 사람 안 좋아하는 소설가는 상상해본 적도 없거든요.”

 

 쿠로오가 씨익 웃으면서 츠키시마를 쳐다보았다. 일이나 할 것이지 일하는 사람 앞에서 얼쩡대는 게 별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기는 했다. 사람은 싫은데 사람들 얘기를 한다. 그래서 그런 평을 자주 듣는 건가. [츠키시마 씨의 글 속에 사는 사람들은 묘하게 다른 세상에서 사는 것 같아요.]와 같은. 겉보기엔 메마른 사람 같아 보여도 글 자체는 화려하고 차분해서 인터뷰를 하러 오는 기자들이 놀라는 일이 꽤 많았다. 문체와 작가 본연이 풍기는 느낌이 다르다나 뭐라나. 썩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어차피 별로 영양가도 없는 인터뷰에 정성스럽게 응해봤자 시간만 낭비였다.

 

  츠키시마 케이가 이 동네로 이사한 세월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살던 동네를 떠나 멀리 이사 온 것은 츠키시마에게 커다란 시도였다. 새로운 지역에서 글을 쓰면 색다른 게 나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에 큰 맘 먹고 괜찮은 집을 계약했던 것이었다. 츠키시마가 이 지역으로 이사하자마자 꼼꼼하게 찾은 건 작업할 만한 카페였다. 딸기케이크를 파는 집이여야하고 크림이 너무 느끼하지 않은데다가 딸기도 싱싱한 집. 그렇다고 해서 음료가 맛없는 건 딱 질색이었다. 까다로운 츠키시마의 입맛에 유일하게 만족시킨 곳이 쿠로오네 카페였다.

“사람 관찰하면서 무슨 생각해요?”

호기심이 많은 쿠로오가 대뜸 물어봤다. 키보드 위에 가지런히 올린 손을 보던 눈이 다시 쿠로오 쪽으로 향했다.

 

 

 

“정보를 모아요. 참고가 될 만한 것들 위주로. 가끔은 상상하기도 하죠. 그 사람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상상하기도 하고.”

 

“그럼 나는 어떻게 살아왔을 거 같아요?”

무슨 대답을 할까, 이 곱게 생긴 남자는.

츠키시마의 대답이 궁금했다.

 

 

그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겨울

에코 (@echo__0927  )

※ 이어지는 페이지가 아닙니다 ※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