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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 8시까지 학교 집합, 반별로 인원 체크 후에 버스 탑승하고 센다이 역까지 이동, 센다이 역에서 교토 역까지 신칸센으로 이동합니다. 그 후에……”

 가을 하늘은 매우 맑았다. 창문 너머로 보였지만 그랬다. 어제 교실 대청소를 하면서 창문을 깨끗하게 닦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아찔하게도 높았다. 천고마비,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가을이라 했던가. 후자는 잘 모르겠지만, 전자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츠키시마 케이는 하염없이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당연히, 앞에서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선생님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대충 무슨 말인지는 짐작이 갔다.

선선한 날씨와는 달리, 교실 안은 따뜻하다 못해 뜨거울 정도의 열기로 가득 차있었다. 수학여행이라는, 학생들에게는 가장 큰 이벤트가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옆자리에서 기대에 가득 차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야마구치가 말을 걸어왔다.

“수학여행 기대된다! 그치, 츳키?”

 

“별로……. 중학교 때도 갔었고, 교토 같은 덴 정석이잖아.”

츠키시마에게 딱히 긍정적인 대답을 원한 건 아니었던지, 야마구치는 어깨만 으쓱한 후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수학여행을 처음 가는 것도 아니고, 교토 역시 처음 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뭐가 저렇게 신나는지 츠키시마는 이해하기가 힘들었고, 그럴 의욕도 없었다.

 

 

그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가을

※ 이어지는 페이지가 아닙니다 ※

 그럴 리가.



 츠키시마는 마지막으로 온 쿠로오의 라인 메시지를 보다가 스마트폰의 홀드 버튼을 눌러 화면을 껐다.
쿠로오 테츠로와 개인적인 연락을 하기 시작한 건 여름 합숙 이후니 기껏해야 3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나이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른, 겹치는 거라고 해봤자 배구를 한다는 것뿐인데 배구 얘기가 아닌 사소한 이야기로도 쿠로오는 곧잘 연락을 해왔다. 츠키시마 또한 왠지 모르게 쿠로오의 연락에 계속 답장을 하곤 했다.

 나름대로 사람을 잘 판단한다고 생각하는 츠키시마가 보기에 단순히 라이벌 학교의, 같은 포지션인 후배를 대하는 태도라기에는 쿠로오가 보이는 관심은 꽤나 노골적이었다. 그리고 츠키시마는 그 관심이 싫지 않았다. 그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는 것도 그래서였다. 배구 이야기가 아닌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학교에 있을 때나, 방과 후에나, 집에서나, 자기 직전까지도 깨닫고 보면 어느새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한 다섯 번 당 한 번씩은 전화를 하기도 했다. 미세하지만 확실한 두근거림이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츠키시마는 그랬고, 쿠로오 또한 그럴 것이었다.

 미야기도 도쿄도 아닌 완전히 다른 곳 어딘가에서 쿠로오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뭔가 가슴 한구석이 간질간질했다.

샨 (@HqMeicy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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